췌장암이라는 것이 남의 일처럼 느껴졌는데 몇 개월 사이에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 되었다. 친정아버지의 췌장암 4기 그리고 고모의 췌장암... 아버지는 21년도 여름부터 옆구리가 아프시다고 했고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21년 12월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으셨고 항암 4번을 하시고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5월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셨다.
지금도 생각하면 아빠가 어디 먼 곳에 갔다가 오실것만 같다. 우리의 일상은 달라진 것이 없지만 엄마는 우울증과 불안증으로 일상생활을 못하고 계신다.
아빠의 췌장암 발견과 4기라는 진단으로 우리는 어떻게 치료과정을 거쳤어야 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본다. 과연 항암이 답인가... 항암을 하지 않고 집에서 진통제로 연명하셨어도 좀 더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부작용으로 마지막 한 달을 병원에서 면회도 안되고 인간답지 않게 보내셨는데 그게 맞는 것이었을까?
만약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아빠에게 항암을 하지 말자고 했을 거 같다. 의사는 항암의 개념을 잘못 설명해 주었다. 항암은 더 이상 암이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 암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늦게 알았다. 특히나 췌장암은 소화기 관련 암이기 때문에 잘 먹어야 한다. 근데 항암을 진행할수록 아빠는 더욱 드실 수가 없었고 살은 더 빠지고 항암을 진행할 때마다 체력이 없어지니까 더 견뎌내실 힘이 없어졌다. 진통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면 맘껏 드시면서 집에서 편하게 지내시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항암 네번째에 복수가 차 올랐다. 몸무게가 늘었다고 좋아하셨지만 그것은 체중이 아니라 복수가 찬 것이었다. 손이 부었고 호흡이 불편했다. 응급실로 해서 입원할 수밖에 없었고 코로나 검사까지 해야 해서 정말 그 과정은 너무 힘들었다. 복수로 인해 항암은 고사하고 치료 과정들이 늘었다. 아무리 암환자라고 5%만 병원비를 낸다고 하지만 이것저것 하는 검사비용은 5%만 받지 않는다. 몇십 만원씩 하는 검사를 수시로 했다. 그나마 실비라도 있었으니 감당을 했지 힘든 과정들이었다. 정말 힘들었던 건 아빠였겠지만 말이다.
치료가 잘되어 완치되는 암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췌장암은 아직 인것 같다. 그나마 빨리 발견하는 사람들은 정말 운이 좋은 것이고 정말 공격적인 치료를 해야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수술이 불가한 췌장암 4기 등은 정말 의사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삶의 질을 생각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잘 드시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만나고 주변 정리도 미리미리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아버지께서 정말 본인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진행들이 빨랐고 정리조차 할 시간이 없었음을 보면 인생의 마무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살아남은 자는 살아야 한다. 아빠를 잃은 엄마는 노년의 상실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계신다. 그것을 감당하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아빠를 추억조차 할 겨를 없이 한 달 동안 주변정리와 엄마를 돌보면서 먼저 가신 아빠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나는 건강하게 잘 살고 싶다. 아빠에게 췌장암은 불행이었다. 그리고 아빠를 잃은 우리에게도 췌장암은 불행이었다. 그렇지만 더 건강에 유의하고 살아야 한다는 희망을 작게나마 가져본다.
췌장암 4기 또는 말기를 진단 받은 분들이라면 항암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작용이라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그래서 항암으로 희망을 말할 수 없다. 치료를 말할 수 없다. 단지 그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겠다는 병원의 의지일 뿐이다. 많은 투병기를 보고 잘 판단하길 바란다. 그리고 여러분의 건강을 진심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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